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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서 봄빛 가득한 지구촌 정원과 명품 습지를 거닐자

 


 

뉴스일자: 2013-05-11
 

갯벌을 지키는 꽃밭 ‘2013 순천만세계정원박람회’
따사로운 햇살이 쌀쌀한 바람을 비집고 얼굴에 내려 앉는 계절 봄과 잘 어울리는 ‘정원’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2013 순천만세계정원박람회’를 찾았다.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지난 4월 20일 개막해 오는 10월 20일까지 6개월 간 전라남도 순천에서 대장정을 이어간다. 그야말로 새봄과 함께 시작한 지구촌의 축제다.
초봄의 쌀쌀함이 미처 가시지 않은 지난 4월 22일 설레는 마음으로 용산역에서 KTX열차를 차고 3시간10분 만에 순천역에 도착했다. 달리는 열차 밖으로 펼쳐지는 시골풍경이 정겨웠고, 열차에서 내렸을 때 코 끝에 닿는 맑은 공기가 상쾌했다.
순천역에 내려서 어디로 가야 하나하고 두리번거리는데, 외지인처럼 보였는지 미모의 아가씨가 “역 앞에서 시내버스 200번을 타세요”라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다. 초행길 긴장이 풀리면서, 낯선 곳에서 지나가는 사람의 친절한 말 한마디가 이런 편안함을 줄 수도 있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순천에 가서 인물 자랑하지 말라’라는 말이 떠오르게 한 순천아가씨의 말대로, 버스를 타니 운전기사와 승객들의 떠드는 소리가 예전 시골버스를 타던 느낌을 끌어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버스를 타고 15분쯤 달려 순천 시내를 지나니 거대한 주차장이 보이고, 정원박람회장 서문이라는 안내가 나온다. 갑자기 승객들 사이에서 “서문에서 내리냐” “동문에서 내리냐”로 설전이 시작됐고, 기사아저씨가 어디서 내려도 박람회는 다 볼 수 있다고 중재를 한 후,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하차했다.
우리는 서문을 지나서 안내인과 만나기로 약속한 동문에서 내렸다. 입구에 노랑, 빨강, 진홍 등 선명한 색을 뽐내는 튤립들이 눈앞에 펼쳐지자 지나던 사람들이 서로 조화냐 생화냐 물으면서 만져보고 감탄하는 모습이 내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세계 5대 연안습지 순천만이 순천시를 바꾸다
약속시간이 되자 박람회 조직위원회의 김범철 주무관이 반갑게 다가와서 출입증과 박람회 안내지도를 주며, 오늘의 동선을 소개했다.
김 주무관은 예전에는 가치가 별로 없어 보였던 갯벌이 갈대밭, 짱뚱어, 게, 꼬막 같은 다양한 해양생물과 철새들의 서식지로 주목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산업이 덜 발달한 순천시를 생태관광도시로 변모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수년 새 순천만 습지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 연간 300만 명이 찾고 있다며, 이번 정원 박람회도 이곳을 보호하기 위해 기획한 행사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순천만 습지가 어떤 곳이기에 세계정원박람회까지 유치하게 되었을까?
순천만은 220여종의 철새와 120여종의 염생식물이 살고 흑두리미와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저어새 등 5종의 국제보호조와 수만 마리의 희귀종 새들이 월동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지난 2006년 '람사르 협약'에 등록돼 국제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세계 5대 연안 습지로 꼽히는 순천만은 갈대와 넓은 갯벌이 있고 주변에는 농경지와 산이 있으며 또 사람이 살고 있어 온전한 연안습지 조건을 모두 갖춘 세계적으로 찾기 힘든 자원이다.
문화재청도 순천만의 빼어난 해안 생태경관과 가치를 인정해 2008년에 명승 41호로 지정했고, 매년 300만명 이상의 생태관람객이 찾아와 국민휴식처로 공인된 지역이기도 하다.
김 주무관은 지구에서 가장 온전하게 보전된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에서 '지구의 정원(庭園), 순천만'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23개국 83개 팀이 조성한 정원을 선보인다며, 국내외 관광객 400만 명 이상이 다녀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막하자마자 관람객들이 몰려서 하루 두 팀씩 안내하다 보니 발에 물집이 잡힐 정도지만 이번 박람회의 홍보가 잘 된 것 같아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고 그가 말했다.
개장 11일을 맞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관람객 수가 40만명을 훌쩍 넘기면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앞서 지난 주말인 28일 하루 관람객이 54,605명으로 개장 이후 최대 인파를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 21일 관람객 수 54,266명을 넘어선 수치다.
 
봄날 지구촌 정원을 거닐다
김 주무관을 따라서 다양한 디자인을 구현한 실내정원에 이어 각국의 전통정원과 기업과 지자체들이 참여한 야외정원을 돌았다. 바위들이 늘어선 바위정원, 정갈한 느낌의 일본정원, 열대의 느낌을 가진 태국정원, 곧은 나무기둥이 인상적인 메타세콰이어길, 풍차와 튤립으로 꾸며진 네덜란드정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하나은행 정원, 서울시 정원, 한방체험관, 순천호수정원, 프랑스정원,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달라 보이는 중국정원 등을 돌아봤다.
제한된 시간 안에 다보고 싶은 욕심에 휙휙 지나며 보았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다 보려 하지 말고 천천히 거닐면서 볼 수 있는 만큼 대신 하나라도 제대로 보면서 정원을 디자인하고 꽃과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마음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주무관은 “박람회장은 볼거리로 넘쳐나지만 이 가운데서도 ‘호수정원’과 ‘네덜란드정원’ ‘한국정원’ 등이 관람명소로 꼽히고, 참여정원도 볼거리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호수정원’은 영국의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찰스 젱스가 순천시의 풍경과 순천만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는데, 전체 4만여㎡의 부지에 순천 도심에 있는 봉화산을 중심으로 시가지를 축소해 만들고, ‘난봉 언덕’과 ‘봉화 언덕’ ‘해룡언덕’ ‘앵무언덕’ 등은 순천을 둘러싼 산에서 명칭을 따왔다고 했다.
세계정원은 네덜란드, 중국, 프랑스, 일본, 독일, 태국, 파키스탄,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미국 등 세계 11개국의 전통적인 정원문화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꾸며졌고, 꽃의 정원이나 물의 정원에서는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고, 한방약초원과 놀이정원 등에서는 체험을 할 수 있고 실내 및 야외공연장에서는 현지 예인들의 전통공연을 포함해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우리가 돌아보는 동안에도 공연을 안내하는 방송이 계속 나왔다. 
이어서 우리는 컨테이너를 이어 만들고 전세계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 타일로 벽을 장식한 꿈의 다리를 건너서 서쪽 지구로 이동했다.
국제습지센터 앞에 있는 순천만 WWT 습지에는 홍학과 철새들이 헤엄을 치고 있었다. 김 주무관은 WWT 습지를 조성한 후 철새들이 모여들고 있다며 제대로 설계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원박람회 나무 활착의 비밀은 매립형 지주대
이어 나무도강원관을 지나면서 박람회장의 나무들은 심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서 있는 이유에 대해 묻자, 김 주무관은 “나무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버티도록 하는 지주대를 보통 지상에 설치하지만, 이곳에는 땅속에 설치했다며 외관상 좋을 뿐만 아니라 지지력도 훨씬 좋다며 '매립형지주목 설치공법' 은 순천시가 개발한 일종의 '신공법'이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한국의 오래된 정원 풍경을 재현한 한국전통정원은 창덕궁 후원을 재현한 ‘궁궐정원’과 선비의 정원을 보여주는 ‘군자의 정원’ 그리고 서민들의 정원을 볼 수 있는 ‘소망의 정원’으로 구성되었다.
한국정원 뒤뜰로 언덕을 오르면 박람회장은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지가 나오고 이어 100여 종의 철쭉이 심어진 철쭉정원으로 내려오게 된다. 철쭉정원은 한창 꽃이 만개해 붉은 카페트 위를 걷는 느낌이 들었다.
 
갈대밭과 짱뚱어가 뛰는 갯벌
이번 박람회의 단초가 된 순천만 갯벌을 보기 위해 남문 앞으로 가서 셔틀버스를 타고 얼마 안 가니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이다. 갯벌을 가로질러 놓은 나무다리를 따라 걷다 보면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순들이 옹기종기 모인 곳을 지나고 황금빛으로 너울대는 갈대밭도 지난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주변에 펼쳐지는 암갈색 갯벌에는 짱뚱어가 뛰어나오고 작은 게들이 옆 걸음을 치며 구멍 속으로 숨는 모습도 보인다. 주말에는 갈대열차와 유람선이 운행하지만 우리가 방문한 날은 평일이어서 걸을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바다에서 갈대밭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꼬막정식과 짱뚱어 매운탕
순천만정원박람회장 안에 있는 식당에서는 꼬막비빔밥과 전주비빔밥 등 남도 전통음식과 냉면과 불고기 같은 일반적인 음식 그리고 터키 케밥과 인도카레 같은 외국음식 등을 판매했는데, 다소 붐볐다. 다시 박람회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기차시간에 맞춰서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순천만 갯벌에 인접한 도로로 나오니 꼬막정식과 짱뚱어 매운탕 간판을 붙인 식당들과 민박집들이 보인다. 아무 정보도 없이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삶은 꼬막, 꼬막전, 꼬막무침 등 여러 가지 꼬막요리와 짱뚱어 매운탕이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박람회장으로 돌아가서 퇴장할 경우, 동문 밖에 설치된 ‘남도농특산품관’과 기념품 판매장을 이용할 수 있다. 남도농특산품관에는 김, 말린 멸치, 갓김치, 유기농 유제품, 천일염, 돼지감자 등 주로 현지에서 생산되는 다양하고 질 좋은 농축산물과 가공품들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고, 기념품 판매장에서는 이번 박람회의 로고를 새긴 티셔츠 등 기념품을 판매한다. 기념품판매장에는 물품보관소와 유모차대여소가 함께 위치해 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대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은 자연이 빚어낸 천혜의 생태 보고로 강과 바다가 만나는 순천만 일대 111만2천㎡ 면적에 박람회장을 조성하고, 이미 200만 뿌리의 꽃과 42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서 꾸몄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유치 의도에 있어서 다른 지자체의 박람회들과 다르다. 애초 도시 홍보나 특정 분야 산업육성이 아닌 세계 5대 연안습지 순천만의 자연생태환경 보전을 위한 의도로 기획됐다.
순천만은 도심에서 5㎞ 거리로 가까워 도시가 계속 팽창할 경우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도심과 순천만 사이에 완충 역할을 할 녹지 등 에코 벨트(Eco-belt)를 만들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에코 벨트를 활용하는 사업으로 정원박람회를 유치한 것이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유럽에서 보편화한 정원박람회는 지난 1948년 스위스에서 화훼생산자들이 국제원예생산자협회를 결성한 것을 계기로 정원의 다양한 가치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정원문화를 즐기고 환경보전과 같은 현안들을 함께 고민하는 의미를 가진 국제행사다.
특히 행사 후에는 박람회장을 생태공원으로 개발해, 순천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여가시설로 만들 계획이어서 행사 후 철거하는 다른 산업박람회보다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다.
25개 회원국이 가입한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가 지난 2009년 회원 투표를 통해 순천만을 국제정원박람회 개최지로 결정함으로써, 이번 행사가 대한민국에서는 처음 열리는 국제전문기관이 공인한 정원박람회가 됐다. 
 
다시 찾고 싶은 순천만 정원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봄, 여름, 가을에 걸쳐 6개월간 열린다. 따라서 계절에 따라 피는 꽃이 다르고 나뭇잎의 색이 달라질 것이다.
김 주무관은 시기에 따라 꽃을 바꿔줄 예정이라며 시간 차를 두고 오면 여러 번 오더라도 다른 풍경을 볼 수 있고, 지금은 꽃이 우세하지만 박람회가 끝난 후에도 공원을 유지하게 되므로 해가 가면서 나무가 울창해지면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서 더 매력적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주었다.
서울에서 순천까지 하루 일정으로 움직이는 것이 어렵다면,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낙안읍성, 선암사, 송광사 등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고, 구례, 여수, 보성 등 인근 지역과 연결해서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순천만을 연결하는 셔틀을 운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박람회 유치 의도대로 순천시가 에코 벨트를 통해 개발을 제한해 천혜의 습지를 보호하고 생태관광도시로 발전함으로써 자연과 지역주민이 함께 공존하는 좋은 선례가 되길 바라면서 서울로 돌아오는 KTX열차에 올랐다
글: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dailyindonesia.co.kr)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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