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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은 더 이상 ‘굿 프렌드’가 아닌 ‘베스트 프렌드’ - KOICA 필리핀 사무소 김인 소장

 


 

뉴스일자: 2010-03-12
 

장기자, 김 소장에게서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디? 난 그렇던데..”

2007 4월 어느날, KOICA(이하 한국국제협력단)에 새로 부임한 김인 소장과 식사를 한 후 본지 편집인이 기자에게 한말이다.

그 당시에는 이해치 못했던 말이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KOICA 필리핀 사무소 김인 소장. 그는 정말 그런 사람이다. 딱딱한 공무원 이미지와는 달리 근무지로 파견된 필리핀을 사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나 잘났다는 이미지 보다 겸손함으로 필리핀 친구들을 사귀었고 그들의 눈높이를 맞춰 과거를.. 현재를.. 미래를 함께 바라봤다. 때로는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면서 인간미가 넘치는 따뜻한 사람.

지난 39() 필리핀에서의 임기를 마치고 고국 귀임을 앞둔 KOICA필리핀 사무소 김인 소장과 마지막 인터뷰를 나눴다. –편집자 주

 

기자: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귀임하시게 됐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김 소장: 늘 그렇듯 많이 아쉽지.. 조금만 더 시간이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어.

 

기자: 만약 시간이 더 있다면 어떠한 일에 좀 더 투자를 했을 것 같으세요?

김 소장: 먼저는 MIC(복합산업단지·Multi-Industry Cluster)에 좀 더 기여했을 것 같아. 사실 한국과 필리핀은 오랜 우방국이지만 경제협력에서 근본적으로 함께하는 사업이 없었거든. 필리핀 농업 지역을 단순 식량제공 기지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농업산업과 녹색성장 산업의 기지로 발전 시켜 두 나라가 성과를 공유하자는 데서 작년에 대사님과 함께 시작했지. 길게 보면 2~30, 짧게는 10년 정도 걸리는 사업이지만 시작단계에 더 기여해 꿈을 이루지 않았을까 해.

둘째로는 한국전 참전 기념관 옆에 세워질 한필 우정 센터 짓는 일이지. 한국전 참전 기념관은 과거 세대를 기념하고 과거의 우정을 간직하는 것인 반면 한필 우정 센터는 현재 사는 사람들끼리 교류하는 공간이거든. 전시회도 열고 영화공연도 하고 세미나도 개최하고.. 학생들은 한-필 역사 공부를 할 수 있고 젊은이들은 IT, 한국어 등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이 운영될 계획이야. 과거를 추억하면서 현재 운영을 더욱 돈독히 하고 미래의 번영을 지향하는 한필 우정 센터. 1년만 더 있어도 어느 정도 건축되는지 볼 수 있지 않나 싶어.

세번째로 메트로 마닐라에 설치하고 있는 재해방지 및 조기경보시스템인데 매년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재난으로 힘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막아보자 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사업이야. 이것도 1~2년 정도면 끝낼 수 있거든.

무엇이든 끝을 맺고 나면 속이 시원할 텐데.. 이런걸 했노라 하고 남을 텐데 말야. 멋있게.. 아쉬워.

 

기자: 그동안 KOICA필리핀사무소가 해온 사업이 다양합니다. 필리핀에 무상원조 사업도 두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아는데실질적으로 우리나라가 이렇게 무상원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교민들과 필리핀 현지인들이 피부로 느낄까요?

 

김 소장: KOICA필리핀사무소가 41일이면 벌써 19년째를 맞이해. 2000년 전까지는 50~60만불 원조를 하다가 2000년부터 200만불, 2004년부터 500만불, 2009,2010년에는 1000만불의 필리핀 원조사업을 진행하고 있거든. 원조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내는 거잖아. 물론 베푼다’ ‘남을 돕는다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되지만 우리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쓰기 때문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알아야 하고 남들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것이 국민에 대한 의무이자 책임이 아니겠어? 우리가 이 나라에 원조한 일에 대해서는 첫째, 대국민 보고이고(여러분들의 세금을 이렇게 썼습니다. 하는) 둘째, 우리도 필리핀에 최선을 다해 마음으로 감사의 표시를 하는 거지. 한국은 경제적인 이익을 필리핀에서 가져왔잖아. 많은 관광객들이나 어학연수생들이 와서 필리핀을 활용하듯 현재도 도움 받고 있으니까.. 경제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적어도 필리핀 사람들에게 받은 도움을 잊지 않는 나라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기자: 지난해와 올해만큼 필리핀에 원조를 많이 한 적이 없었어요. 타 개도국들과 비교했을 때 필리핀은 우리나라의 무상원조 지원이 많이 필요한 나라입니까?

 

김 소장: 필리핀은 단 한번도 우리와 싸운 적이 없는 나라야. 근대 현대사를 보면 필리핀은 한번도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어요. 탈북자 문제가 생겨도.. 북한과 한국과 외교적 줄다리기를 해도 항상 우리편을 들어줬어. 국제사회에서도 경합해서 싸워본 적도 없고..

과거 10년 전의 우라니라 원조를 보면 1,2위가 베트남, 몽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순이었지. 물론 공산국가였으니까 가난했겠지. 가난하니까 도와줬지만.. 어떻게 보면 그 나라 사람들보다 필리핀은 항상 우리 옆에 있었던 거야. 너무 고맙고 친하면서도 당연한 친구이기에 경시하지 않았나.. 하는 과거에 대한 반성이 있었어.

현재 이명박 대통령도 과거에 우리를 도와줬던 친구들이 아직도 못살고 있다면 그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도와주자는 정책이야. 필리핀이 중요시 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 거지. 그 동안은 남은 중요시 하면서 친구는 멀리한 격이었어. 필리핀은 대한민국이 신세 진 나라면서 현재 이 친구가 어려우니까 남들보다 2, 3배는 도와주는 게 윤리고 도리라고 생각해.

 

 

기자: KOICA 대표 사업 중에서 가장 시너지 효과를 누린 사업이 있다면 그건 바로 오로라주 미곡종합처리장에서 공정한 KOICA(인디카 종류:필리핀 주식 쌀. 끈기가 없고 푸석푸석한 점이 특징)입니다. KOICA쌀은 교민들에게도 판매되고 있는데.. 사실 교민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분분하거든요. 앞으로 오로라주 뿐 아니라 보홀, 다바오, 일로일로, 팡가시난에도 미곡종합처리장이 건립된다면.. 혹시 교민들의 입맛에 맞는 자포니카 쌀(한인들의 주식. 끈기가 많은 점이 특징)을 농작할 수는 없을까요?

 

김 소장: 필리핀은 삼모작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쌀 수입국인 것은 알고 있지? 연간 쌀생산량 중 15%가 수확하고 난 후 잃어버린다고 해. 왜냐면 저장할 수 있는 저장소도 햇볕이 너무 강렬해서 쌀이 금방 익어 딱딱해지거든. 정미소에서 수확 후 처리만 잘해도 15% 8%는 감소된다고 그래. 그래서 지은 게 우리 농업기술을 전파한 미곡종합처리장이야. 앞으로 미곡종합처리장이 설치된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통일벼, 볍씨, 이리에서 연구하는 한국종을 보급하는 노력도 필요할 꺼야. 그러면 자포니카쌀을 한국에 수출할 수 있고 필리핀에 외화를 벌어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교민들의 입맛을 생각한다면 나는 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 나는 필리핀에 와서 자포니카쌀을 고집하기 보다 KOICA쌀인 인디카를 먹어보라고 추천해. 대신 우리나라 공정기술로 인디카의 질을 최고로 높이는 거야.

인디카를 먹으면 첫째 건강에 좋아요. 이 더운 나라에서 끈기있는 자포니카를 먹으면 위나 위장에 좋지 못해. 인디카는 푸석푸석하니 소화도 잘되지, 위에도 부담없지. 이 얼마나 좋아.. 둘째로 어쨌거나 교민들은 필리핀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계시니까 필리핀 현지화 생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내 의견이야. 따지고 보면 자포니카를 먹는 사람들은 세계에서 많지 않아. 중국, 일본, 한국 밖에 없거든.

 

기자: 3년간 일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사업은 무엇이었나요?

 

김 소장: 필코파(PHILKOPA) 연수동창회와 필리핀한인상공회의소가 정기적으로 자매결연을 맺게 한한 것 가장 인상에 남아. 필코파의 경우 이 나라 고급 핵심 정부 공무원이고 필리핀한인상공회의소는 교민을 대표하는 경제그룹이잖아. 이들이 함께 각종 행사에 참여하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자매결연을 맺을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한 것. 그리고 작년 태풍 온도이때 우리 KOICA봉사단원들과 민주평통, 필코파 연수동창회가 지역을 돌아다니며 구호품을 전달한 게 기억에 남지. 사랑과 휴먼터치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기자: 필리핀 정부관계자들과 일을 하면서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아요.

 

김 소장: .. 어느 큰 행사를 가거나 조직의 장을 만나러 가면 그들은 늘 참모들과 굉장히 자연스럽게 일을 해요. 예를 들어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국회의원이 청바지에다가 티셔츠를 입고 인사한다던지.. 높은 사람이 주관하는 회의에도 직원들은 문자를 보내고 그런단 말이야. 처음에는 상당히 무질서, 위계질서가 없고 비효율적인 이른바 놀자판이 아닌가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차렷! 부동자세를 취하고 최대 예의를 표하고 회의 때는 엄숙한 한국과는 대조적이지만 오히려 그 속에 무서운 질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한국은 한번, 여러 번 실수를 해도 형식적으로 잘하면 버텨나갈 수 있는데 필리핀 사람들은 자연스럽지만 서로한테 큰 실수를 하면 아주 냉정한 심판이 돌아가는 것을 느꼈거든. 겉과 속이 다른 질서가 아닌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조직 문화. 생활 양식. 이런 면에서는 세련돼 있지 않나.. 생각했지. 어때? 이 정도면 에피소드가 될려나? 후후

 

기자: KOICA필리핀사무소가 벌여놓은 사업들이 많아 후임 소장님의 어깨가 무거울 것 같습니다. 김인 소장님께서 조언을 주자면?

 

김 소장: 필리핀은 과거에 ‘Good Friend’였다면 지금의 영향력을 볼 때 ‘Best Friend’로 넘어가야 해. 양적인 사업의 확대, 팽창..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질적으로 향상을 해야 하지. 최근에 국내에서 각 공관장들이 모이는 공관장 회의 때 이런 말을 했어요. “원조는 두손으로 해라” “두손을 받치는 마음으로 정다운 친구, 따뜻한 이웃이 되는 원조를 해야한다올챙이 시절의 한국을 잊지 말고 양적 내용도 중요하지만 후임 소장은 내용적으로도 좋은 원조를 하면 좋겠어.

 

기자: 마지막으로 교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김 소장: 필리핀 국민들이 한국을 받아드리는 과정에서 굉장히 잠정기, 과도기라고 나는 생각해. 왜냐하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대단한 나라라는 것을 이제 알기 시작했거든. 경제, 스포츠, 사회적 구조, 민주화, 한류 등등 말이지. 우리나라 과거 세대들은 경제발전을 위해 선진국을 모델로 삼아 따라가기 위해 열심히 모방하고 개발하고 가슴 조여가며 할 수 있을까?” “그래, 할 수 있어, We can do it” 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일류야. 지금은 무엇을 하면 세계 1등을 할 수 있을까? 찾기만 하면 돼. 넘어야할 벽이 없는 것이지.

그러나 필리핀 국민들은 그 사실을 인정을 못하겠는 거야. 같은 코흘리개 시절이 있는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생이 갑자기 너무 능력있고 실력있고 잘살게 된 것 같으니까.. 필리핀 오피니언 리더들이라던지 리딩(Leading) 계층에서는 우리나라가 우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해.

그런 과정에서도 한국인 그리고 교민사회는 겸손하면서 당당하게 접근하는 방법을 알기 시작했어.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다크에 가입해서 개도국 원조를 넓힌다 던지.. 교민사회는 태풍 나자마자 도우러 달려갔잖아. 필리핀 사람들은 깜짝 놀랐던 거야. 이제 필리핀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교민사회.. 세계 경제국가 10대국에 걸맞은 한국인이 되어가는 것이지.

나는 교민들에게 정말 자신있게 자랑스럽게 당당하게 사는 대신에 겸손하자고 말하고 싶어. “그래, 니 똥 굵다!” “니 팔뚝 굵다” “너 잘났다하며 잘난 것을 좋아하기 보다 잘난 사람이 당당하고 자신 있으면서도 겸손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 되자고.

필리핀에도 재외동포 그룹이 있어. 재필미국, 재필중국, 재필일본, 재필필리핀..

재필한국은 우리가 하기 나름이야. “재들이 날 무시해” “재들이 날 하잖게 봐” “내가 이 사람을 넘어서야지만 살수 있어하기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내가 먼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하면서 항상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해. 우리도 필리핀 와서 어떤 야욕을 갖고 공화국을 세우고 지배하려는 게 아니잖아. 평화롭게 살려고 하는데 진실은 왜곡되어 표현된단 말이지. 겸손할 필요가 있어.

내가 사랑 받을려면 내가 사랑해야 돼. 내가 존경 받을려면 내가 존경을 해야 돼. 내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려면 내가 먼저 법을 지켜야 해. 법과 제도는 현실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가끔 못 지킬 수 있어. 그렇다 하더라도 주위에 베풀고 지키려고 노력해야 해.

 

김인 소장은 오는 315() 고국으로 귀임해 KOICA정책연구실장직을 발령받았다. 그에 따르면 OECD 다크에 한국이 가입되면서 하는 일도 많아졌단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원조도 해야 하고 다른 원조국과 상호 조율해 원조 효과를 높이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특히나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 받던 나라가 주는 나라고 탈바꿈한 한국형 원조에 대해 알려야 된다고 한다. 그는 이를 위해 못 사는 나라가 잘사는 방법을 연구하고 세계에 알리는데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원으로 돌아간 그를 앞으로 언론지면을 통해 찾아보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그의 행보는 한국 역사에 하나의 빛으로 남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장혜진 기자 wkdgpwls@manil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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