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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스의 맛있는 이야기]맛있는 소풍(1편)

 


 

뉴스일자: 2009-05-11
 

‘逍風’
 
이 다정한 두 글자는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감탄의 아련한 언사이다.
요즘은 ’현장학습’이란 말로 대체되어 교육적인 목적을 강조하고 학습적인 색채를 입히려는 의도로 감동이 저 멀리 사라졌지만, 여행이란 것 자체가 보기 드문 일이었던 당시의 우리들에게는 소풍은 행복이란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여행이라는 말과도 느낌이 많이 다르다.
 
‘旅行’이라 하면 즐겁기도 하지만 이것저것 준비해야 될 것도 많고 또 객지에서 경험 되어지는 많은 불편함도 감수해야 하는 데에 반해 ‘逍風’은 아주 가벼운 산보 같은 나들이라 일체의 부담이 없어 자유롭기 그지없다. 여행이 운동화 끈을 단단히 조여 메는 데서 시작된다면 소풍은 끈 없는 편한 운동화를 신고 가볍게 발걸음을 옮길 수가 있어 좋다.
 
지금도 조금 의아하게 생각되는 일이지만 소풍 전 날이면 어머니께서는 새 옷을 사주셨고 운동회 전 날이면 새 운동화를 사 주셨다. 아마도 새 운동화는 달리기에서 잘 뛰라는 엄마의 무언의 격려였겠지만 네 명이 뛰는 시합에서 한 번도 일등이나 이등, 심지어는 삼등도 못해 엄마를 번번히 실망시켜 드렸다. (제자리 걸음에 익숙한 나의 긴 다리는 옵션에 불과했던 것일까 ?)
 
소풍 전 날 엄마가 사주신 새 옷을 베개 위에 두고 잠을 잤는데 아니, 잠이 제대로 오기는 하나…
만일 내일 비라도 내린다면 꿈같은 소풍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다시 책보를 싸고 끔찍한 정규 수업이 진행될 것이다. 낮에 학교에서 들은 얘기에 따르면 오래 전에 학교 운동장에 있던 느티나무를 베었는데 그 안에 있던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죽으면서 눈물을 흘린 이후로 우리 학교 소풍을 갈 때면 꼭 비가 온다는 훗날 사기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한 맹랑한 친구 녀석의 말도 사실일 것 같아 불안하기도 했다. 그렇게 잠을 설치고 있을 즈음 엄마는 밤하늘의 별들을 쳐다 보시면서 별이 많이 떠서 내일은 비가 안 올 테니 걱정 말고 자라’고 기상청의 마음씨 좋은 통보관처럼 달래주셨다. 평상시보다 한, 두 시간은 먼저 일어나 예쁘게 김밥을 썰다가 남는 김밥끄트머리나 옆구리가 터져 도시락에서 왕따당한 김밥들을 입 안으로 넣으면 얼마나 맛에 대해 행복 했던가. 김밥과 찐계란, 사이다 한 병, 푸짐하면서도 단촐한 베남을 메고 소풍길에 나선다. 좀 여유 있는 집안의 아이들은 바나나, 영양갱, 새우깡 등을 가지고와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소풍의 도시락은 추억이라는 값진 양념을 찍어 먹는 것이라 무엇보다도 맛이 있다.
 
이 시대의 입담가, 성석제씨는 그의 산문집, ‘소풍’에서 ‘소풍 가서 나무 그늘에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고(食) 샘물을 마시는(飮)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낌(感)이 움직이는(動) 것을 공유하고 싶었다. 숙제를 해치우듯 먹어본 음식은 맛을 느낄 수 없었고 그렇게 해서는 음식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음식을 먹는 것이 소풍이라면 음식이야기 역시 소풍이며, 무릇 이야기란 또한 우리 삶의 소풍과 같은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소풍의 즐거움 저변에는 맛있는 음식이 전제처럼 깔려 있고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서 맛을 본다는 것은 바로 소풍 같은 것이다. 필자는 지금 필리핀으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의 대학생들 캠프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5월 연휴 기간을 이용하여 조금은 긴 소풍을 그들과 다녀 온 적이 있다. 30여명의 학생들과 모처럼 나들이를 떠나니 가슴이 들뜨기도 하고 소풍에 대한 추억에 젖어 들기도 해서 정말 소풍의 기분을 만끽하려고 새벽부터 김밥과 유부 초밥을 만들어 도시락에 담았다. 물론 삶은 계란과 사이다도 함께… 아마도 교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생각되는데 모처럼 아주 진귀한 경험과 신나는 추억을 한 어촌과 무인도, 바닷가에서 즐길 수 있었다.
 
다음 주에는 이 아름다운 곳에서 보낸 소풍 이야기를 담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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