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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다나오 하늘도 움직인 사랑의 손길

 


 

뉴스일자: 2008-04-04
 

민다나오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로 신인민군(NPA) 모로민족해방전선(MNLF),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이슬람 근본주의 아부사얍(Abu Sayyaf)등과 정부군간의 격전지다. 이러한 정치적인 혼란 외에도 민다나오는 필리핀에서 가장 빈곤한 20개주 중 14개를 포함하고 있어 경제적으로도 가장 낙후된 곳이다. 민다나오 주민들의 1인당 GNP 1,000달러를 넘지 않으며 필리핀 전체에서 평균 수명이 가장 낮고, 문맹률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러한 차별 대우에 대항해 이슬람 세력들은 독립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종교 공동체간의 불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이러한 원주민과 정부와의 갈등은 원주민과 무슬림 주민들을 깊은 오지로 내몰리게 하였고 이들의 삶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JTS회원들과 함께한 3일
 
이러한 곳에 한국인들이 상주하며 그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하고 있다. 그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고 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JTS대원을 따라 민다나오에 다녀왔다.
26일 새벽 5시 법륜스님과 김홍신 전 의원 등 38명의 우리 일행을 싣고 마닐라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약 1시간 반쯤 후 가가얀 데 오로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한 후 첫 느낌은 조용한 시골마을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알고 보니 가가얀 데 오로는 민다나오 지역에서도 안전한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일행이 가야 할 곳은 이곳에서 많이 떨어진 오지마을.
 
이번 일정 중 우리가 방문한 곳은 송코(Songco), 알라원(Alawon), 칼라수얀(Kalasuyan), 3곳이다.
송코 마을은 JTS와 KOICA의 지원으로 평화센터를 건립해 준공식을 위해, 알라원 마을은 학교는 지어졌으나 워낙 산골오지인 턱에 아직 선생님을 모셔오지 못해 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방문했으며 마지막으로 방문한 칼라수얀 마을은 2개 동으로 구성된 학교 준공식을 위해 방문했다.   
송코 마을에서는 3살에서 5살 정도 돼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 앙증맞은 자태로 그들의 전통 춤을 추며 우리 일행을 반겼다. 바나나 잎으로 엮어 만든 집에서 신발도 없이 살고 있던 그들에게 평화센터라는 번듯한 건물의 등장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웰컴, 웰컴” 부족장 미키타이는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진심으로 반겼고 이들 부족은 우리를 위해 이들의 주식인 고구마와 비슷하게 생긴 카사바(Cassaba)로 만든 카사바 케이크와 카사바와 찹쌀을 갈아서 바나나 잎으로 싼 슈만(Suman), 우리나라 막걸리 찌꺼기 같은 탈락마니스(Talagmanis), 돼지고기 바비큐 등 푸짐한 음식으로 정성껏 오찬을 준비했다.
이들의 삶을 보니 ‘이런 음식을 준비하기가 참 힘들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차려진 음식이기에 입맛에 안 맞아도 맛있게 먹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탈락마니스는 그 냄새와 맛이 너무 이상해 남기려고 했으나 이 사람들이 우릴 위해 자신들의 주식을 포기하고 만들었다는 동행한 JTS대원의 말을 듣고 음식을 남기려고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져 남길 수가 없었다.
식사 후 우리 일행은 전통춤 공연을 관람했다. 이곳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그들의 전통 춤을 배운다. 2~4살 아이 땐 수리매 춤과 개구리춤, 4~11세까지는 창과 방패의 춤, 어른들은 어른들의 수리매 춤이 따로 있을 만큼 그 종류도 다양하고 동네 모든 주민들이 다 타고난 춤 꾼이다. 흥이라면 전세계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 한국인인 우리 일행도 뒤질세라 그들과 함께 어울리며 송코평화센터는 한바탕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27일 새벽 5시 민다나오에서의 하루는 항상 이른 새벽부터다. 숙소에서 차량으로 1시간 반쯤 이동한 우리가 도착한 곳은 해발 1000미터에 위치한 민다나오 JTS센터. 이곳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알라원(Alawon)으로 출발했다.   
알라원은 워낙 오지라 위험하기에 일반인들의 입산이 금지된 곳이어서 이곳에 가려면 허가를 받은 후 총기를 소지한 경찰과 함께 올라야 한다. 산길을 따라 한 4시간쯤 올라가자 드디어 알라원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알라원은 해발 2005미터의 원시림에 위치해 있으며 지도상에 표시도 안 되어 있는 오지 중에 오지다. 이곳에 가려면 좁은 산길과 개울, 강, 계곡, 가파른 낭떠러지를 옆으로 하고 18킬로를 걸어 올라야 한다. 그리고 산 거머리가 많아 반바지를 입고 가면 거머리에 물려 피를 질질 흘리기 일쑤다. 이곳 아이들은 신발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발과 종아리에 거머리한테 물려 피를 흘리며 다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전혀 교육을 받을 생각을 못하며 어른들도 이장 외에는 초등학교에 다녀본 사람이 없다.
 
이곳에는 약 40가구 400여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고구마를 주식으로 하며 세상과 단절된 채 하루 1달러 미만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이곳 주민들의 가장 큰 고민은 학교는 지어졌는데 선생님이 없어서 교육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주민대표들과의 만남에서 이들은 계속 “우리는 돈도 없고, 선생님을 모셔올 능력도 없다. 아무도 우리를 알아주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했고 법륜스님은 계속 그들에게 직접 모셔오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학교까지 지어준 법륜스님이 그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왜 이들을 안 도와주는 것일까. 그 간단하고 큰 뜻을 처음엔 알지 못했지만 이내 머리를 스치는 뭔가가 있었다. 그들에게 자립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간단하다. 사냥을 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사냥도구는 만들어 줬지만 사냥은 직접 하라는 얘기다. (물론 학교를 건설할 때도 재료와 기술만 지원해주고 모든 일은 주민들이 직접 도맡아서 건설함으로써 자립심이 생기도록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JTS지원의 원칙은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동력 제공이 이뤄진다는 조건하에 재료와 노하우를 지원해 그들이 직접 학교를 짓고 직접 지은 건물을 통해 마을 공동체성을 회복 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28일 새벽 4시 간밤에 몰려온 많은 생각들로 인해 밤새 뒤척이다 보니 벌써 기상이란다. 이른 아침을 먹고 또 다시 다음 일정을 위해 산을 내려왔다.
칼라수얀 마을은 얼마 전 정부군과 반군과의 교전이 있던 곳으로 그 당시 두려움에 동네를 떠났던 가족 중 아직도 10여 가족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마을에 가는 길엔 델몬트에서 운영하는 대규모 파인애플과 바나나 농장이 있다.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입이 딱 벌어진다. 이곳을 지나며 세계적 대기업인 델몬트가 복지시설은 커녕 학교 하나 안 지어주고 값싼 노동력을 이용만 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필리핀 정부도, 이곳 사람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델몬트도 외면한 이 오지에까지 들어와 학교를 지어줄 생각을 했다니 다시 한번 한국인이란 사실이 자랑스럽다.
준공식이 거행되는 동안 원주민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한다며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천사를 발견했다. 이들에게 외지인의 방문은 큰 추억이 될 수 있다며 폴라로이드 필름을 잔뜩 가지고 왔다는 올해 15살이 된 이다진 양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힘든 일정 내내 웃음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었던 어여쁜 예비숙녀다.
일정 내내 사랑이 넘쳐났던 것일까. 돌아오는 길 민다나오 하늘엔 하트 모양의 구름이 떠 있었다.
이동은 기자 gunnie@manil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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